아름다운 화성의 성벽에 손을 대고
[수원화성 장대] |
조선 정조 17년 1월 유수부 승격과 더불어 행궁과 여러 관아들을 크게 증축하여 소경으로서의 체모를 높이는 한편, 국력을 기울여 이듬해 2월말부터 동왕 20년 9월 상순까지 2년 7개월동안 원침과 행궁의 수호를 위한 화성이 축조되었는 지금의 수원 화성!
화창한 날씨면 으레 카메라와 메모장을 챙겨 집을 나서는 버릇이 있어 이날도 수원 화성으로 향했다. 수원 화성의 답사는 여러 차례 하였지만 성밖에서 보는 화성의 답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성밖의 성벽과 각종 건축물의 위치와 축조된 모습을 보기로 하고 답사길에 나섰다. 동문에 해당되는 창룡문을 나서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창룡문은 화성의 동문으로 밖으로는 옹성을 두었다. 옹성의 아래 기단에는 석재를 쌓았고 그 위로는 벽돌을 쌓아 매우 튼튼하게 축성되어 있었다. 옹성을 나와 동북노대까지의 성벽은 사각형의 성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모서리와 모서리 사이의 빈틈없이 쌓았다. 이곳을 돌아 동북공심돈에 이르니 축성된 성벽 넘어 검정빛의 벽돌로 높이 쌓은 공심돈이 그 위용을 자랑하듯 우뚝 서 있었다. 이곳부터 계속 성벽의 구조와 형태를 살피면서 동장대를 지나 동암문, 동북포루, 북암문에 이르기까지 성벽의 축성은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동북포루에서 북암문 사이의 성벽은 매우 경사져 있어 이곳에 성을 쌓을 때는 기술과 많은 인력 그리고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북암문의 구조와 형태를 둘러보고 용연으로 갔다. 용연은 방화수류정 앞에 작은 섬을 두고 있는 연못이다. 북암문에서 화홍문으로 접어드니 광교산 줄기에서 뻗어내린 유천으로 흡입되는 물이 화홍문 아래로 흘려내리고 있었다. 화홍문을 연결한 성벽을 보고서 북동포루로 향했다. 이곳부터는 성밖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나무 그늘과 잔디밭에 앉아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곳부터는 성벽의 성돌이 이미 본 성벽과는 사뭇 다르게 보였다. 성돌은 사각형이 주류를 이루며 그 크기도 다른 곳의 성돌에 비해 큰 편이며 축성 방법은 이미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곳이 평지지대로 운반과정의 어려움이 있는 성돌은 이곳에 축성하였거나, 아니면 평지지대에 왜적이 침입이 쉬우므로 성벽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해서 이곳에 큰 성돌로 축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았다. 동북포루에서 장안문까지에는 동북적대가 사이에 있으며 성벽의 축성은 변함이 없었다. 장안문은 지난해만 해도 문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서쪽편의 도로를 공원화하였고 동쪽편의 차도만 이용토록하여 성문을 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문과 옹성 사이의 구조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장안문에서 이제 화서문까지는 성이 직선상에 있는 듯 하였다. 성벽은 다른 곳과 비교가 될 정도로 매우 섬세하면서 돌과 돌사이의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의 성벽에는 많은 야생화가 틈을 비집고 꽃을 피우고 있는데 장안문에서 화서문까지의 성벽에는 야생화가 나지 않았다. 성벽의 작은 틈새를 잡고 올려가려고 해도 잡을 곳이 없는 곳이다. 북포루 앞에 서서 포루를 올려다 보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여성의 몸매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성벽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 갈수록 좁아지고 여장이 있는 부분부터 그 위의 포루는 여성의 몸과 얼굴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멀리서나 가까에서 보면 아름다우면서 청결한 느낌을 준다. 또한 서북공심돈은 동북공심돈과 달리 높이 쌓은 벽돌로 외부에서 보면 4층으로 축조된 돈대인 것이며, 동북공심돈이 높은 지대위에 축조된 것과 달리 평지에 세운 것이다.
화서문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장기판을 두고 장군과 멍군을 소리치고, 또 한쪽에서는 할아버지들께서 모여서 정담을 주고 받고, 젊은 가족들은 아장아장 거닐는 아이와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화서문에서 다시 능선에 보이는 서북각루에 향했다. 올라가는 돌계단은 성벽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었다. 내 앞에는 초등학생이 하교길에 이곳을 올라 집에 간다고 하였다. 각루앞 성에 이르니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쩌나 시원한지, 한참 동안 온몸에 바람으로 더위를 식혔다. 화서문에서 이곳까지 성벽의 성돌은 화서문 전에 축성된 성벽에 비해 작은 돌로 성을 축성하였다. 화서문부터 이곳으로는 높은 지대가 시작되어서 성돌의 규모도 작아져 있었다. 서일치를 지나 서암문까지의 성벽은 그 크기가 다양하면서 성돌의 색깔도 다른 곳에 비해 짙은 갈색에서부터 엷은 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색깔의 성돌은 모두 이곳의 돌을 이용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성 앞에 있는 바위들의 색이 성돌과 같은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서노대 앞 성벽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 성벽도 그 지형을 따라 잘 축성되어 있었다. 서암문을 통해 서장대에 이르니, 이곳은 지난해에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는데, 지금은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 서장대는 마치 새가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나의 눈에 들어왔다. 서암문에서 포사까지의 성돌은 다른 어느 곳보다 그 색이 회색빛이 나는 것이 아니고 짙은 갈색에서 엷은 갈색으로 축성된 성벽이다. 서남암문에서 남포루와 남치로 가는 길은 급경사이다. 남치에 이르니 아이들이 성을 내려오면서 "이것이 화성이래 무척 높지"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팔달문 앞에 도착하니 많은 차들이 성문 주위를 돌면서 복잡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장안문과 같이 한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고 성문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으면 팔달문의 구조도 알 수 있거니와 이에 대한 많은 자료도 함께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복잡한 시장길을 지나니 화홍문에서 흘려내린 물이 이곳으로 다시 내려가고 있었다. 원래 화성에는 2개의 수문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화홍문이고 또 하나는 이곳에 남수문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 있었던 남수문은 1900년경 을축년 장매때 유실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복원을 하지 못하고 그 터만 안내판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동남각루 방향의 성밖 길로 올라갔다. 이곳부터 동남각루의 성은 옛 모습의 성돌이 아닌 대리석을 일정한 모양으로 다듬어 축성되어 옛 정취를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멀리 봉돈까지 걸었다. 봉돈까지는 동삼치, 동이포루가 사이에 있으며, 성벽은 성돌을 일정한 규격없이 사각형에 가까운 돌로 축성하였다. 봉돈에 이르니 높은 곳에 5개의 화두가 있으며,그 아래의 구조는 4단의 석재를 쌓고 그 위에 벽돌로 쌓았다. 봉돈에서 동일치까지의 성벽은 이 전과 동일한 형태의 성돌과 축성을 하였는데 동일치부터 동일포루까지의 성돌은 어느곳의 성돌과 일치한 것이 없어 보였다. 먼저 이곳의 성돌은 표면을 다듬지 않았고, 면을 깨끗하게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축성하다보니 돌과 돌 사이는 많은 공간이 생겼고 그 사이에 작은 돌을 넣어 채운 것이다. 성벽을 타고 오를 수 있는 공간을 두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복원하면서 성돌이 부족해서인지 기술상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성벽의 성돌 사이사이에는 시멘트로 마감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규격에도 맞지 않은 작은 돌을 끼워 넣은 것이 많이 있었다.
화성은 우리 나라 읍성의 제도를 따르면서도 읍성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방어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읍치와 원침의 수호는 물론 성도의 외번, 날개로서의 기능도 아울러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이 있는 지대에는 도성처럼 읍성을 쌓고 그 안에 도시가 형성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화성은 석축과 벽돌을 적절히 조화시켜 조선후기의 전통적인 성곽 건축기술을 한층 근대적인 양식으로 계승, 발전시킨 것이며, 견실한 기초와 다양한 기능을 지닌 시설물, 과학적인 축성기술과 함께 아름다운 조형미를 아울러 갖춘 조선시대 성곽 건축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알리는 한 걸음 더 발전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앞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끝 -정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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