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학명 : Stellaria media (L.) Vill.
생약명 : 번루(繁縷)
별명 : 자초(滋草), 아장초, 계장초, 은시호
꽃말 : 추억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동요이다. 아이들한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흰 도화지에 그려보라고 하면 삐죽삐죽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별을 그린다. 땅에서 피는 별꽃을 그려보라고 하면 모서리가 둥그런 모양으로 그린다. 밤하늘의 별은 어두워야 꽃이 보이고 땅의 별꽃은 밝아야 보이는 꽃이다. 밤하늘의 별꽃에 이름을 붙이고 소망을 이야기한다. 대낮에 피는 별꽃에는 이명을 붙이지 않고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는다. 동심을 엮어 놓았던 별꽃은 소꿉놀이에도 많이 등장하는 식물이다.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작은 별을 닮았다고 해서 붙어진 별꽃, 소박하고 청초한 모습은 야생화다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봄이면 길가나 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초이지만 밭에서 자라는 별꽃은 농부로부터 잡초가 되고, 숲이나 들에 자라는 별꽃은 약이 되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 자라고 있는 장소에 따라 활용의 용도가 다른 별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면서도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별꽃은 성장의 원동력이 여린 가지에 있다. 줄기 끝에 꽃을 피우려 하면 먼저 그 아래 원줄기로부터 양쪽으로 각각 1개의 가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간 후에 꽃을 피우면 다시 나눔 가지 끝에서 같은 방법으로 꽃을 피우는데, 한번 꽃을 피우면 언제든 2개의 가지를 내면서 뻗어 나간다. 질서와 균형의 조화를 갖는 식물이다. 줄기 한쪽에는 질서정연한 털이 뿌리를 향해 무수히 돋아있다. 이른 봄이면 보리밭이나 묵은 밭에 파릇파릇 돋아나 무리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마른 땅에도 다른 식물에 비해 유난히 무리를 이루는 것은 바로 이 털에 비밀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털에서 물을 모아다 뿌리에 제공해 준다. 뿌리 주위는 언제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별꽃은 언제나 생기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갈수기라 해도 언제나 파릇파릇하게 생기를 띈다. 줄기가 동물이든 사람에 의해 밟혀 뭉그러져도 줄기 속에 가늘고 단단한 실 오락과 같은 줄기가 끊어지지 않는 한 다시 살아난다. 동아줄 같은 줄기와 삶에 대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꽃잎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잎에서 다시 갈라져 두 개의 꽃잎으로 보이도록 하였다. 작은 꽃이어서 곤충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함을 스스로 알고 있다. 많은 꽃잎이 하나의 꽃을 이룰 때 멀리서도 곤충의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했다. 그러나 몸집이 큰 곤충이 찾는 것보다 작은 몸집의 곤충을 기다린다. 큰 곤충은 편히 앉아 꿀을 빨기에는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꽃에 곤충이 찾아와 모두 수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별꽃은 알고 있다.
꽃이 지는 것은 수분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다. 별꽃은 곤충들로부터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꽃잎을 닫아 자신의 수술로 암술에 직접 꽃가루를 묻히는 방법으로 수분한다. 비가 내려 곤충이 날아들지 않는 날이면 꽃잎을 닫은 채 혼자 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종족 번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최후의 수단이다.
꽃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피고 있지만, 수정이 된 꽃은 열매가 익어가는 동안에는 고개를 숙인다. 건강한 씨앗이 탄생하기 위해 비바람으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씨앗이 영글어 멀리 보낼 때가 되면 숙여 있는 열매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머리를 하늘을 향한다. 조금이라도 멀리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서이다. 민들레 또는 박주가리는 씨앗에 관모를 달고 멀리 날아가도록 하듯이 별꽃도 멀리 시집을 보내려는 방법이다. 작은 씨앗은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땅에 떨어지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간다. 이때 씨앗에 나 있는 돌기가 그 역할을 한다. 또한,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붙어 멀리 가려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부터 선조들은 별꽃을 번루(繁縷)라 하여 나물이나 국을 만들어 먹으면 산모의 젖 분비가 원활해진다고 하여 이용됐다. 무기염류와 지방유가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을 돕고 멍든 피를 풀어주며 젖의 분비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위장을 다스리고, 각기병, 위장염, 맹장염, 산후의 어혈로 인한 복통, 심장병, 각종 종기에 이용되는 식물이다.
비록 작은 꽃이고 연약한 식물로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식물로 오래도록 우리 땅을 지켜온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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