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진해
문화재 : (천연기념물)예산 용궁리 백송
소재지 :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산73-28
소나무는 늘 푸른 잎에 높고 굵게 자라는 우리나라 대표 나무이면서 문화를 갖는 나무이다. 출생하면서 금줄에 솔가지를 달고 세상을 떠나면서 소나무 관속으로 사라지는 그때에도 소나무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예부터 소나무를 솔나무, 송목, 적송, 육송, 송유송, 자송, 청송 등으로 불러왔으며, 정목, 출중목, 백장목, 군자목 등으로도 불러왔다. <본초강목>에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長)이다.’라고 하였다. ‘松(송)’자는 소나무를 뜻하는데,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가 비를 만났는데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게 되어 보답의 뜻으로 '목공(木公)'이라 하였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져서 '松'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 종류는 소나무(적송), 곰솔(해송), 잣나무, 전나무(젓나무), 가문비나무, 개잎갈나무, 낙엽송(일본잎갈나무), 구상나무 등이다. 소나무 줄기 또는 꽃의 색깔에 따라 적송, 흑송, 백송 홍송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은 쉽게 볼 수 없는 나무 중에 한 종류이다.
예산 용궁리 추사고택 주변에는 백송공원이 있고, 순조 9년(1809) 늦가을, 김정희는 나이 24세 때에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청나라 연경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앗을 1810년 3월 중순 어느 날 충남 예산의 본가에 와서 영의정을 지낸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를 참배하고, 가져온 백송을 심었다고 하는 백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김정희와 백송의 인연은 증조부 김한신은 영조의 둘째 사위가 되면서 통의동에 있던 '월성위궁'이란 대저택을 하사 받았고 김정희는 여기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열 살 전후에 할아버지와 양아버지의 죽음으로 졸지에 대종가의 종손이 되었다. 대저택은 원래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에 살던 곳으로, 숙종 때 심은 백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김정희는 슬픔에 잠길 때마다 백송(1990년 7월 돌풍으로 고사)을 어루만지며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이때 인연이 된 백송이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앗을 심어 지금도 예산 용궁리 고조부 묘 앞에 자라고 있다.
백송은 원산지가 중국 중부와 북서부로 알려져 있다. 예부터 궁궐이나 사원 및 묘지의 둘레 나무로 흔히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오래된 백송은 대부분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처음 가져다 심기 시작하였다. 현재 북경 계태사(戒台寺) 앞에는 당나라 초에 심었다는 나이 1,300여 년, 높이 18m, 둘레 6.4m에 이르는 거대한 백송이 자란다고 한다.
백송은 보기도 어렵고 흰 나무껍질 때문에 민족의 정서에도 맞아 예부터 귀한 나무로 취급되어 왔다. 우리나라에 현재 남아 몇 백 년을 살아오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루는 모두 5그루이다. 이 다섯 그루 중에 용궁리 백송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경기에 자라고 있다. 이것은 중국을 왕래할 수 있는 고위 관리가 주로 서울과 경기에 살았던 이유 중에 하나이다.
원산지에서도 자연 상태로 만나기가 어려운 희귀 수종인 백송은 소나무 중의 한 종이지만 다른 소나무에 비해 줄기가 회백색이라서 멀리서 보면 거의 하얗게 보인다. 백송은 어릴 때는 껍질이 회백색이었다가 40년이 지나야 큰 껍질 조각이 떨어지며 특유의 빛깔이 나타난다고 하여 백골송이라고도 부르며 북한 사람들은 흰소나무라 부른다. 10년에 겨우 50cm밖에 자라지 않을 정도로 생장도 느리고 번식도 어려운 희귀한 나무지만 처음부터 하얀 것이 아니고 어릴 때는 거의 녹색이었다가 나이가 들면 큰 비늘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흰색이 차츰차츰 섞이기 시작한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점점 흰 얼룩무늬가 많아지다가 고목이 되면 거의 하얀색이 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점점 백발이 되듯, 백송의 일생은 이렇게 하얀 껍질로 나잇값을 한다고 하여 백의민족이라는 민족의 정서에도 맞아 예부터 귀한 나무의 대표였다.
백송은 일반 소나무와 달라서 봄에 꽃을 피워도 백송의 꽃가루를 받아줄 나무가 없기 때문에 번식이 무척 어려운 데다가 자가 수정을 해도 좋은 열매를 맺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소나무 종류를 크게 나눌 때 잎이 두 개인 소나무와 곰솔, 그리고 잎이 다섯 개인 잣나무 등이 있다. 반면에 백송은 세 개의 잎을 가졌기 때문에 잣나무와 같이 잎 속의 관다발이 하나이므로 잣나무 종류에 포함시킨다. 키 15m, 지름이 두 아름 정도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다. 아래부터 줄기가 갈라지는 경향이 있으며, 수관은 둥글게 발달한다.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다음 해 10월에 익어서 달걀 모양의 솔방울이 된다.
용궁리 백송은 원래 밑에서부터 세 가지로 자라서 아름다움을 표출하였으나 두 가지가 말라 죽고 현재는 한 가지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말라죽은 2개의 가지 밑을 자르고 더 이상 섞지 않는 처리를 하여 현상을 유지하고 한 가지는 위로 자라면서 또 다른 2개의 가지를 내고 각각의 가지에서 여러 개의 가지를 내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늠름한 자태와 아름다운 조형미를 자랑하는 소나무와 함께 주변의 풍치를 더해준다. 백송의 흰 껍질은 좋은 일이 일어날 길조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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