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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창덕궁 폄우사

국가문화유산관/ 사적 문화재

by 국보와 보물 2023. 2. 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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폄우사(砭愚榭)는 존덕정 서쪽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한 정자이다. ‘폄우(砭愚)’는 어리석은 자에게 돌침을 놓아 깨우쳐 경계한다는 뜻이다. ‘()’는 정자를 의미한다. , 이곳에 머무는 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덕을 높이라는 의도에서 붙인 정자 이름이다.

동궐도(東闕圖)에 현재의 건물에서 남쪽으로 담은로 연결된 3칸짜리 행랑이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행랑과 담장이 모두 없어졌다. 또 폄우사 뒤로는 작은 괴석단 공간이 있고, 존덕정과 폄우사 사이에도 괴석이 두 개 놓여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없어진 상태다.

동궐도에는 폄우사에서 존덕정과의 공간에는 반듯하게 다듬은 돌로 경계를 두고 높이 만큼 흙을 채워 편평하게 하였다.

정조나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孝明世子)가 폄우사에 자주 들러 자신을 경계하고, 글을 읽고 시를 지었다. 특히 정조는 1781(정조 5) 1016일 가을과 1782327일의 봄날에 평무사에서 신하들을 만나 나랏일을 의논하였다. 폄우사에 머물면서 책도 많이 읽고 시도 지었다. 정조가 폄우사에서 춘하추동의 사계절을 주제로 지은 시가 홍재전서(弘齋全書)1권 춘저록(春邸錄)창덕궁 후원 서재에서 네 가지 경치를 읊다(禁苑書齋四詠)’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고, 헌종 때 편찬한 궁궐지(宮闕志)에는 폄우사에서 사계절을 읊다(砭愚榭四詠詩)’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정조대왕 시 금원서제사영(추월)正祖大王 詩 禁苑書齋四詠(秋月)

畵樓東畔月初生(화루동반월초생) 화려한 누각 동쪽에서 달이 처음 솟더니,

隨意霜華著處明(수의상화저처명) 달빛이 닿는 곳마다 마음대로 밝혀 주네.

大界三千光照遍(대계삼천광조편) 삼천 대계를 달빛이 두루 비추니,

自來天字十分淸(자래천자십분청) 본래부터 하늘은 십분 맑은 것이라네.

 

훗날 정조의 손자인 효명세자는 폄우사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였으며, 할아버지가 남긴 시문에 대하여 차운을 하기도 하였다.

폄우사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건물로 양쪽에 풍판을 달았다. 공포는 초익공 양식이며 창방과 장여 사이에 소로를 얹었다. 원래는 초익공계 맞배지붕 집으로 부속 건물이 남향으로 붙어있는 ‘ㄱ'자 형태였으나 1908년 동궐도형에는 ’一‘형으로 그려져 있어 중간에 변형되었음을 보여준다. 한 단의 장대석 기단 위에 주춧돌을 올리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기단의 위에는 전돌을 깔았고 사각의 초석 위에 사각의 기둥을 올렸다. 단청은 모로단청이며, 현판은 동쪽 끝 칸 남면 도리에 걸었다. 건물의 정면 앞에는 쪽마루를 덧대었고, 서쪽의 두 칸은 온돌방이고, 동쪽의 한 칸은 대청마루를 깔았다. 현재 온돌방에는 마루를 깔았는데, 언제 개조한 것인지 알 수 없다. 3칸의 벽면이 모두 다르다. 서쪽의 첫 번째 벽은 칸 안에 샛기둥을 두고 양 옆의 모양을 다르게 했다. 샛기둥 서쪽 면은 전부 벽이지만, 동쪽 면은 문상방과 문선을 설치한 뒤 문선 안에 창을 두고 나머지는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다. 가운데 칸의 벽면은 서쪽 칸 샛기둥 동쪽 면과 같으나 벽면 전체에 대칭으로 만든 점이 다르다. 두 칸 남면 벽면의 하단부에는 머름을 두었다. 대청 칸의 남면과 동면은 벽과 문이 없으며 난간을 둘렀다. 난간은 풍혈을 뚫은 궁판 위에 하엽동자 모양의 난간기둥과 돌란대를 둔 모습이다. 단, 남면 난간의 경우는 사람이 출입할 수 있게 기둥 양 옆에 짧게 설치하고 댓돌을 놓아 쉽게 오르고 내리게 했다. 정면(남면)과 뒷면(북면)의 모습 역시 다르다. 가운데 칸의 경우는 정면과 뒷면의 모습이 같으나, 서쪽 끝 칸의 뒷면은 가운데에 샛기둥과 중인방을 '十' 자 모양으로 둔 뒤, 부재 사이를 전부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며 하단부에 머름도 없다. 동쪽 끝 대청 칸 뒷면은 가운데 칸 벽면과 같은 모습이다. 서쪽 측면은 중인방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문선과 창, 벽을 두고, 중인방 아래에는 벽과 붉은 나무 판문을 둔 형태이다. 실내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온돌방과 대청 사이에는 분합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상태이다.

폄우사 맨 오른쪽 첫 번째의 기둥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걸린 주련(柱聯)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南苑草芳眠錦雉(남원초방면금치) 남쪽 동산 꽃향기 나는 풀섶에 장끼가 졸고

夾城雲偄下霓旄(협성운난하예모) 좁은 성에 구름 따뜻하니 무지개가 내려오네

絶壁過雲開錦繡(절벽과운개금수) 절벽을 지나는 구름은 수놓은 비단을 펼쳐고

踈松隔水奏笙簧(소송격수주생황) 성긴 솔은 물 건너편에서 생황을 연주하네

林下水聲喧笑語(임하수성훤소어) 숲 아래 물소리는 웃음소리인 양 떠들썩하고

巖間樹色隱房櫳(화각조풍초불류) 바위 사이 나무 빛깔은 방 창살을 숨기고 있네

畵閣條風初拂柳(암간수색은방롱) 단청을 한 누각의 첫 바람은 버들을 막 스치고

銀塘曲水半含苔(은당곡수반함태) 은빛 연못 물굽이에는 이끼가 반쯤 머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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