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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줄타기

국가문화유산관/국가무형문화재

by 국보와 보물 2023. 2. 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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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4일 경복궁 근정문 앞에서 줄타기 공연이 진행되었다. 높게 팽팽하게 외줄을 띄우고 그 위에서 부채 하나 들고 균형을 잡으며 걷고 뛰고, 하늘 높이 날기도 하였다. 옛 신라, 고려에 시작된 놀이가 조선시대에 와서 광대줄타기와 어름줄타기로 발전되었다.
광대줄타기는 나래도감이나 재인청에 소속된 광대들이 하는 궁궐 안의 잔치 때 공연되었다. <성호사설>에 의하면, 청나라에서 온 사신들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양반이나 부잣집의 각종 잔치에 보수를 받고 놀이를 하였다. 줄타기 놀이를 고ㅗ한, 무환, 환희, 주삭, 승기, 희승, 새연삭, 답삭회, 답삭 등으로 불러왔다.
광대줄타기는 주로 지배층을 위한 놀이로 발달되었다. 어름줄타기인 남사당패 어름놀이는 일정한 거처 없어 떠돌아다니면서 민간에서 예능을 판 남사당패의 여섯 가지 놀이 중 하나로 공영되었다. 어름줄타기를 소개한 <고금예술도>에 의하면 “여자재주꾼 둘이 줄 위에 춤을 추며 걸어다니다가 서로 만나 노래와 재주를 부리는데 땅에 떨어지지 않더라”고 기록하였다. 어름줄타기는 서민층을 위한 놀이로 발달되었다.
광대줄의 줄판은 큰 마당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울안 마당에 차려진다. 광대줄은 대개 낮에 놀며, 보통 4∼5시간이 걸린다. 그 도중에 줄광대(줄꾼)가 쉬는 막간에는 어릿광대가 나와서 논다. 그러나 어름의 줄판은 민간 마을의 넓은 마당에 차려지며, 밤에 시작해서 밤새 놀기 때문에 놀이판에는 장작불이나 횃불을 밝힌다. 어름은 남사당패의 여섯 가지 놀이인 농악, 사발돌리기, 땅재주, 어름, 탈놀음, 꼭두각시놀음 중의 네 번째 놀이로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줄 판에 설치하는 줄은 삼 껍질로 꼰 지름 3정도의 동아줄을 쓰는데, 광대 줄은 높이가 3m에 약간 못 미치나 길이는 10m 정도이고, 어름줄은 높이 3m에 길이가 5, 6m이다.

광대에는 잽이(樂士)로 삼현육각이 동원되며, 어름에는 꽹과리···장구·날라리가 동원된다.

줄타기가 시작되면 안전을 위해 줄 고사를 지낸다. 광대 줄은 주과포(酒果脯)를 진설하나, 어름은 대개 술과 북어를 올려놓고, 고사문은 줄광대나 어름 타는 줄꾼이 읊는데, 돌아가신 스승·선배 또는 줄할머니·줄할아버지에게 사고 없이 줄을 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줄광대와 어름산이가 줄타기를 할 때에는 단순히 줄만 타는 것이 아니라 재담과 노래까지 곁들임으로써 줄 판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 재담의 소재는 주로 파계승(破戒僧)과 타락한 양반의 풍자, 그리고 여러 계층 사람들의 걸음걸이나 앉는 모습 등을 흉내 낸다. 줄타기노래로는 <중타령>·<왈자타령>·<새타령> 등이 있다.
광대줄타기에서 놀아지는 기술은 현재 26종이 전승되고 있다. ① 앞걸음질 : 줄 위에서 앞으로 걸어 나가기 ② 뒷걸음질 : 줄 위에서 뒤로 걸어 나가기 ③ 종종걸음 : 줄 위에서 바쁘게 왔다갔다 하기 ④ 외홍잽이 : 줄 위에서 한 발이 내려왔다가 줄의 탄력에 의하여 다시 올라가 딛기 ⑤ 쌍홍잽이 : 두 다리로 줄을 타고 앉았다가 내려갔다 다시 줄의 탄력에 의하여 올라와 서기 ⑥ 옆쌍홍잽이 : 줄을 옆으로 타고 앉았다가 다시 옆으로 올라와 서기 ⑦ 외무릎꿇기 : 줄을 타고 앉았다가 다시 옆으로 올라와 서기 ⑧ 외무릎풍치기 : 줄의 탄력에 외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탄력에 의하여 무릎을 풍겼다 타기 ⑨ 외무릎 꿇고 가새트름 : 줄 위에서 꿇고 있던 외무릎을 꼬면서 돌아앉기 ⑩ 외무릎 꿇고 황새 두렁넘기 : 외무릎 꿇고 황새처럼 논두렁을 넘는 걸음걸이 ⑪ 외무릎 꿇고 훑어나가기 : 왼발 무릎 꿇고 오른발로 훑어나가기 ⑫ 두 무릎 꿇기 : 줄 위에서 두 무릎 꿇기 ⑬ 두 무릎 꿇고 풍치기 : 줄의 탄력으로 두 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탄력에 두 무릎을 풍겼다 타기 ⑭ 무릎 꿇고 황새 두렁넘기 : 두 무릎 꿇고 황새처럼 논두렁을 넘는 걸음걸이 ⑮ 두 무릎 꿇고 가새트름 : 줄 위에서 꿇고 있던 두 무릎을 꼬면서 돌아앉기 ⑯ 두 무릎 꿇고 훑어나가기 : 두 무릎을 꿇고 옆으로 앉아 줄을 훑어나가기 ⑰ 두 무릎 꿇고 책상다리 앉기 : 두 발목 사이에 줄을 걸고 책상다리 앉기 ⑱ 칠보 다래치기 : 줄을 양옆으로 타고 앉기 ⑲ 허궁잽이 : 두 발을 모아 허공에 떠서 연속 돌아 줄 위에 서기 ⑳ 번장치기 : 한 다리로 줄을 타고 앉았다가 배를 밀고 앞뒤로 멀리 쭉 나가기 ㉑ 종조굽붙이기 : 줄 위에서 양쪽 무릎을 마주 대고 꿇어앉기 ㉒ 앵금뛰기 : 줄 위에서 앙감질하기 ㉓ 깃발달기(배돛대 서기) : 왼손에 부채를 펴들고 오른손은 줄을 잡고 왼발로 줄을 딛고는 오른발을 뒤로 쭉 뻗고 서 있다가 다리를 바꾸어서 두서너 번 옮겨 딛기 ㉔ 칠보 먼장치기 : 옆으로 서 가지고 쭉 줄을 밀고 나가서 옆으로 타고 위로 앉았다가 다시 탄력에 의하여 섰다가 위로 가서 그 자리에 다시 서기 ㉕ 살판 : 부채를 나무 사이에 끼워놓고 줄의 중간에 걸어나가 뒤로 재주를 넘어 줄을 잡고 타고 앉기 ㉖ 어름지치기 : 줄을 다 타고나서 기둥 있는 쪽으로 와서 옆줄로 얼음을 지치듯 내려가기
어름줄타기에서 놀아지는 기술은 현재 17종이 전승되고 있다. ① 앞으로 가기 : 떨어질듯 고의로 실수를 해 보이며 앞으로 걸어가기 ② 장단줄 : 타령장단에 맞추어 앞으로 걸어가기 ③ 거미줄 늘이기 : 한쪽 발만 딛고 한 발은 밑으로 늘여 휘젓는 동작을 두 발 교대로 계속하며 앞으로 가기 ④ 뒤로 훑기 : 두 발을 안고 뒤로 훑어가기 ⑤ 콩심기 : 두 발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콩무덤 밟는 시늉을 계속하며 앞으로 가기 ⑥ 화장사위 : 줄 위에 걸터앉아 화장하는 시늉하기 ⑦ 참봉댁 맏아들 : 양반집 아들의 병신 걸음걸이 흉내내기 ⑧ 억석에미 화장사위 : 병신 아전 마누라의 모양내기 ⑨ 처녀 총각 : 처녀와 총각이 서로 소리를 주고받는 장면 흉내내기 ⑩ 외호모거리 : 오른발 정강이를 줄 위에 꿇고 왼발로 밀고 나가기 ⑪ 허궁잽이 : 가랑이 사이로 줄을 타며 줄의 탄력을 이용하여 높이뛰기를 계속하기 ⑫ 가새트림 :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앞으로 가다가 두 발 뛰어서 돌아앉기 ⑬외허궁잽이 : 한 발로 계속 뛰며 앞으로 나가기 ⑭ 쌍허궁잽이 : 두 발을 모아 붙이고 위로 뛰며 앞으로 나가기 ⑮ 양반 병신걸음 : 곰배팔이 걸음걸이 ⑯ 양반 밤나무지키기 : 밤 따러 온 아이들을 쫓아 노인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시늉하기 ⑰ 녹두장군 행차 : 전봉준 장군의 당당한 걸음걸이

 

우리나라 줄타기의 특징은 단순한 몸 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재담과 노래를 곁들여지기 때문에 멋스럽고 흥취가 있고, 줄타는 사람과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판을 이루게 된다는 점이 뛰어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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