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에 자라는 토종식물의 홀대
시인·수필가 정진해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운 날이 계속되어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들과 산에는 녹색의 빛이 더위로 힘을 잃고 있는 것 같다. 나뭇잎과 풀잎의 하루하루 그 색을 잊어버린다면 무더운 여름날의 밤에 풀벌레 소리까지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날씨임에도 연약한 곤충들이 숨을 몰아쉬고 움직임마저 둔해진 것을 보면서 여름날의 식물탐방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그러나 식물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살아났다가 밤새 동물이나 기타 환경변화로 없어질 때가 있어 한시도 식물에 대한 무관심으로 있을 수 없다. 우리의 토종식물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토종식물해설사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식물을 가리키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은 뭔가 다르지만 식물을 보호하고 알리는 일에는 같은 마음이다.
함께 토종식물을 조사하고 관찰하는 일에 동참하기로 하여 전국에서 모여든 토종식물해설사 10명이다. 먼저 서울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그 활동범위를 넓힌다는 계획 하에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주변의 환경, 시설물 등등 빼놓지 않고 기록하였다가 종합자료집을 만들어 홍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개천 주변의 환경에 따라 어떤 종류의 식물이 분포되어 있고,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여가선용, 체험을 통하여 식물을 가꾸고, 지키고, 알리는 일에 동참하고, 전통문화와의 연계, 더욱 푸르고 건강한 관광자원으로 탄생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련 모든 과정이 포함되는 조사이다.
많은 식물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가 하면 홀로 외롭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도 있다. 흔하게 줄기를 뻗어가는 환삼덩굴, 다른 식물의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실새삼, 끝없이 지역을 잠식해버리는 귀화식물인 단풍돼지풀, 소시지같이 생긴 부들, 둥근 잎을 가진 나팔꽃, 작은 꽃이라 하여 부르는 애기메꽃, 밤이면 달빛에 피는 달맞이꽃, 고부간 갈등으로 탄생된 며느리밑씻개 등등 수많은 종류의 식물이 물길을 따라 자라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걸어서 가는 사람, 몇 사람씩 삼사오오 모여 식물을 관찰하는 사람, 어린 학생들의 식물관찰 등등이 개천 길을 따라 이어지지만 어느 한 곳에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 개천이 맑아지고 새가 찾아오고 고기가 서식하는 것만이 개울을 살렸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곳에서 식물을 조사하는 토종식물해설사의 입에서도 왜 이렇게 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도 식물에 대한 정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유난히도 눈에 띄는 식물 중에 ‘방동사니’라는 식물은 줄기가 다른 식물에 비해 특이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많은 식물들은 대부분 동그란 모양의 줄기이지만 이곳에 자라고 있는 ‘방동사니’ 줄기를 단면으로 절단을 해보면 삼각형 모양의 줄기임을 알 수 있다. 사각형의 줄기를 가진 익모초나 석잠풀, 꿀풀 등도 이곳에서 자라고 있지만 특이한 것 하나만이라도 안내되었더라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 개천을 찾을 것이다.
다행이도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한 ‘토종식물해설사’ 분들이야말로 내 고장 개천을 지키고 자연을 지키면서 이곳의 구성원인 우리의 토종식물을 알리는 일에 팔 걷고 나서 준 것만 해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눈여겨보려고 하지 않으면 지나칠 번했던 토종식물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유용한 식물임에 틀림이 없다. 조선시대 어의 허준에 의해 편찬된 동의보감(1613년)에는 다양한 식물이 약재로 소개되고, 그 약재가 오늘날 한의원이나 민간에서 사람들의 몸을 보하고 병을 고치는데 유용한 약재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각종 전통 차와 전통주, 발효식품 등을 개발하여 고수익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공원, 수목원, 식물원 등에 각 식물에 이름표가 붙어 있듯이 개천에서 자라고 있는 토종식물에도 접근이 용이한 곳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야생초를 알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개천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하루빨리 바꿔진다면 우리가 기대하던 지역관광에도 한 몫을 할 것이며 또한 일자리창출도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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