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관/ 초본식물방

쇠뜨기의 다섯가지 삶

국보와 보물 2023. 4. 26. 20:51

시인.수필가 정진해

(영양줄기)

농장으로 가는 길에 아침 안내가 송포 들판을 덮고 있다. “오늘 여름날처럼 덥지 않을까?” 혼자 중얼거리며 일산대교에서 자유로로 접어들었다. 벌써 가로수에 피어 있던 벚꽃은 모두 날리고 새록새록 나오기 시작한 새잎이 조금씩 펴가는 중이다. 화물차가 지나가면서 큰바람을 일으켜 벚나무를 사정없이 회오리로 흔들어 댄다. 다른 곳보다 꽃잎은 오래가지 못하고 일찍 떨어져야 할 운명이다. 일주 전만 하여도 벚꽃잎이 날려 농장의 이랑과 고랑에 쌓여 눈이 내린 듯하였는데, 그렇게 봄은 조금씩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생식줄기 포자)

안개가 낀 들판은 바람이 불어와 쓸어 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안개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자연이 기체가 되어 증발하면서 들판의 원래 모습으로 들어내 준다. 그러나 안개는 대지에서 자라는 많은 식물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물방울을 잎이나 가지에 달아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식물에 닿은 안개는 기온의 상승에 따라 증발해 버리지만, 한 식물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한다. 잎이 넓은 식물도 아니면서 식물이라 칭하고, 영양 줄기가 바늘처럼 생긴 쇠뜨기가 그 주인공이다. 무리를 지어 자라는 들에서 보면 초록색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지만, 밭이나 밭둑에 나는 쇠뜨기는 어느 농부도 좋아하지 않는 식물이다. 호미든 낫이든 자르고 나면 일주일 정도 있으면 그 자리에 또 그만큼 올라와 농부를 놀리기도 하듯 버젓이 서 있다.

[생식물기 포자가 피기 시작)

가끔 농장에 들려 잡초를 제거하다 보면 으레 쇠뜨기는 그 자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 있다. 다시 호미로 잘라버린다. 다시 며칠 있다가 가보면 또 모습을 드러내 비웃기도 하듯 꼿꼿이 서 있다. 그냥 서 있지 않는다. 밤새 이슬을 담아 물 한 방울을 만들어 놓는다. 잎마다, 마디마다 대롱대롱 달린 물방울은 바로바로 잎 따라 떨어뜨리면 되는데 보란 듯이 매달려 있는 물방울은 유난히 투명하고 반짝이며 주변의 자연을 물 한 방울에 모두 담는다. 카메라의 렌즈보다 더 넓은 자연을 담은 작은 물방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두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인다. 바람이라도 불면 쉽게 떨어지지만, 그대로 있으면 그대로 사라진다. 바람에 의해 떨어진 물방울은 흙을 파고들에 깊게 뻗어 내린 뿌리로 보내고, 떨어지지 않는 물방울은 스스로 자기 몸에 필요한 만큼의 물을 스며들게 한다.

{생식물기 포자가 피었음)

쇠뜨기에 매달린 물 한 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다. 쇠뜨기는 가장 깨끗한 물을 먹는다. 먼지 한 톨이 묻어 있어도 그 먼지를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모두 잎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 세상의 가장 맑은 물을 담고 가장 넓은 세상을 담은 쇠뜨기는 늘 초록색으로 시작하여 초록색으로 끝난다. 스스로 자신을 초록색 외에 물들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결코 잎은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자기 몸이 잘려 나가면 꼭 같은 모양과 크기의 잎이 원래의 모습처럼 나온다. 동물의 발에 밟혀도 누웠다가 다시 제모습을 찾는다. 건기가 와도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물을 모은다. 이렇게 쇠뜨기는 다섯 가지의 삶의 조건을 갖춘 식물이다.

잎은 우산살처럼 마디에서 돌려난다. 우산을 처음 만들 때 쇠뜨기의 잎이 붙어 있는 모양에서 착안하여 만들게 된 것 같다. 쇠뜨기는 생식 줄기와 영양 줄기가 분리되어 있다. 생식 줄기는 뱀의 머리 또는 붓을 닮았다. 영양줄기는 말의 꼬리를 닮았다. 머리에는 포자낭이 달렸다. 가지가 없고 마디에는 비늘 같은 연한 갈색 잎이 둘려 있다. 영양 줄기는 속은 비어 있고 겉에 능선이 있고 능선의 수만큼 가지와 잎집이 둘러싸여 있다.

생식 줄기는 식용하고 영양 줄기는 이뇨제로 이용해 왔다. 쇠뜨기에는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C, 칼륨, 칼슘, 마그네슘, 망간, 아연, , 유황, 탄닌 등이 고루 함유되어 있고, 시금치, 쑥갓, 파 등에 비해 무기물 함량이 높다. 주성분인 규산염이 뼈의 성장과 상처를 아물게 하고, 암과 병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면역기능 활성화, 동맥경화, 복수 차는 간경화, 신장염에 효능이 있다는 새로운 발견과 함께 한때는 항암효과가 있다 하여 쇠뜨기 신드롬을 일으킨 때도 있었던 유용한 식물이다. , 쇠뜨기는 항상 박과 식물이나 오이 등과 함께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쇠뜨기가 많이 자라는 곳에 소를 몰고 가면 소는 냄새를 맡고는 피한다.

쇠뜨기란 이름이 탄생하게 된 유래가 소가 잘 뜯어 먹는 풀이라 하여 부르게 된 이름이라 하는데, 이것은 잘못 알려진 이름 유래이다. 쇠뜨기 이름의 유래는 소가 먹지 않는 풀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사람에게는 유용한 식물이지만, 초식동물한테는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식물이고, 특히 농부에게는 더욱 불편한 식물이다.

(영양줄기)

쇠뜨기는 다양한 별명을 가진 식물이다. 생식 줄기는 뱀의 모양이라 하여 뱀풀’, ‘뱀밥이라 부르고 붓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필두엽(筆頭葉)‘, 곤방대를 닮았다 하여 공방초라 부른다. 생약명은 문형(問荊), 절절초(節節草), 누접초, 필두채(筆頭菜)이다. 농장이 있는 마을 사람들은 말꼬리풀이라 부른다.

(영양줄기의 잎나기)

쇠뜨기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마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데 일본이나 미국 사람들은 쇠뜨기 차를 선호한다. 일본에서는 스기나 차라고 하여 영양 줄기를 채취하여 녹색을 잃지 않도록 건조하여 차로 판매를 한다. 쇠뜨기 생식 줄기를 채취하여 담금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이외에도 세탁물 표백제로 활용하고 그릇을 닦을 때도 쓰이기도 한다.

(영양줄기 잎)

스스로 새벽이슬을 모아 물방울을 만들고 그 이슬을 먹고 자라는 쇠뜨기는 가뭄이 심해도 갈증을 느끼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 늘 밉게 보았던 쇠뜨기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면 농촌의 새로운 수익 창출에 한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농장에서 하루를 시작해 본다.